히브리어 구약 성경의 '엘로힘'을 한국어 성경(개신교)에서는 '하나님'으로 번역했다. 유일신의 의미를 잘 살려낸 번역이다. 이에 비해 카톨릭은 '하느님'이라고 부른다. 중국어 성경의 '샹띠(上帝: 하늘의 황제)'와 비슷하게 인간 세상을 초월한 하나님의 본질을 드러낸 번역이다. 영어에서는 'God'이다. 신을 뜻하는 god에서 첫 글자만 대문자로 바꿔 하나님의 유일성과 지존성을 나타냈다. 인도네시아 교회는 이슬람 문화권에 맞게 하나님을 '알라'라고 번역했다. 이슬람의 알라에서 이름만 빌려왔을 뿐이다.
한국 교회에서 누가 처음 '엘로힘' 또는 God을 '하나님'으로 불렀을까? 놀랍게도 유대인이다.

이삭 프룸킨(Isaac Frumkin)은 1871년 제정 러시아(현 우크라이나)의 유대인 상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다른 유대인들처럼 그는 어려서부터 히브리어로 타나크(구약)와 탈무드를 배웠다. 또 러시아어, 독일어, 라틴어, 그리스어 등 여러 언어를 구사했다.
23세 때 독립한 프룸킨은 이집트, 홍콩을 거쳐 일본 나가사키로 갔다. 호주행과 미국행이 좌절된 그는 시베리아로 가서 철도 건설 노동자가 되려고 했다. 나가사키에서 블라디보스톡행 선박을 기다리던 중 주일 예배에 참석했다. 유대교 신앙과 독일 철학을 공부했지만 심리적으로 방황하던 그는 나가사키에서 미국인 선교사 A.A.피터스를 만나 기독교로 개종한다. 그리고 선교사의 이름을 따라 자신의 이름을 '피터스'로 개명한다.
알렉산더 알버트 피터스(한국명 피득)는 일본 주재 미국성서공회 총무인 헨리 루미스 목사의 권고를 받아들여 1895년 조선으로 왔다. 피터스는 조선 땅을 누비며 신약성경 쪽복음을 판매하는 권서(colporteur) 업무를 담당하며 루미스 목사에게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보냈다. 루미스 목사는 피터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예언했다. "(주님이) 이 청년의 생명을 지키신다면 어둠이 깃든 땅의 복음 전파에 아주 유능한 일꾼이 될 것이다."
불과 2년만에 한국어에 능통하게 된 그는 한국어 구약 성경이 없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래서 1898년 최초의 한국어 구약인 <시편촬요>를 펴냈다. 이 책은 인쇄되는대로 매진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피터스는 이 시기 한국어로 찬송가를 작사했다. 현재도 교회에서 즐겨 부르는 찬송가 75장(주여 우리 무리를), 383장(눈을 들어 산을 보니)은 피터스 선교사가 작사한 것이다. 그가 작사한 한국어 찬송가는 17편에 이른다.

피터스는 미국 시카고로 가 맥코믹대학에서 신학 공부를 하고 목사가 됐다. 그는 다시 한국으로 와 황해도 재령, 평북 선천에서 선교 사역을 했다. 1926년 구약개역위원회 평생위원이 돼 11년간 구약개역 작업에 헌신했다. 한국성서위원회는 1937년 피터스 선교사가 완성한 구약을 한국 교회의 공인 ‘개역구약성경’으로 선포했다.
이 과정에서 엘로힘 또는 God을 어떻게 부를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피터스 선교사는 '하나님'이라는 호칭을 제안했고, 이후 한국 교회는 창조주, 구세주, 전지전능한 유일신을 '하나님'이라고 부르게 됐다.
레이놀즈 목사, 연동교회 이원모 장로도 구약 개역 작업에 큰 공헌을 했다.

피터스 선교사는 한센병 환자를 위한 봉사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애양원의 전신인 '비더울프 한센병자 주거단지'를 후원하고 그곳 교회에서 설교했다. 피터스 선교사는 평생 두통과 복통, 이명증 등으로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센인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 듯하다.
유대인이 히브리어 구약을 한국어로 번역한 역사에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가 깃들어 있는 것 같다.
https://youtu.be/IAOm_Xfgty4?si=h5LBEwJxpogXMG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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